나는 중학교 2학년이었던  2009년 9월 서울성모병원에 처음 왔다. 급성골수성 백혈병이 의심된다는 청천병력 같은 소리에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기만 했던 병원생활이었는데 처음에 떨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처음 보는 간호사, 의사선생님들께서 따뜻한 눈빛으로 반겨주셔서 금방 마음이 편해졌다. 

힘든 병마와의 투쟁 현장인 병원생활을 즐겁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따스하게 느껴졌다. 

내가 처음 눈길이 간 곳은 바로 무균병동 안에 위치한 어린이학교였다. 

여태껏 감기에 걸릴 때마다 여러 병원을 많이 다녀봤었지만 이런 곳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병원학교를 들어선 순간 "우와-"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책을 편히 읽을 수 있는 넓은 책상과 많은 책들… 심심할 때면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게임, 학습용으로 사용하는 컴퓨터, 고급 학용품들… 그리고 영화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알록달록 멋진 인테리어… 아프고 우울한 환자들이 가득한 병원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정말이지 무엇 하나 빠진 것이 없는 병원 속의 학교였다. 

이곳에서 수업하면 정말 재미있고, 힘든 치료도 하나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이 마치 꿈속의 학교 같았다.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느라 오랜 기간 동안 다니던 학교에 다시 가볼 꿈도 꿀 수 없었는데, 여기서 하루하루 수업하면 출석 인정도 받을 수 있어 '진정 하늘이 나에게 내려준 선물이구나!' 싶었다. 

 병원 학교가 없었으면 난 다시 중학교 2학년부터 후배들과 학업을 시작했어야 할 텐데 서울성모병원은 부족한 병상 공간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장기간 아픈 환아들을 위해 병원학교를 만들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병원학교 선생님들은 월급도 받지 않으시고 바쁜 시간을 내어 무료로 봉사해주시는 자원봉사자분들 이시다. 모두들 현직 또는 퇴임하신 선생님들이신데 이렇게나 고마운 분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하루 빨리 치료를 잘 받아 완치해서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항상 든다.

힘든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내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병원학교 수업에 못 들어가고 그냥 침상에 누워있어야 하지만, 컨디션 좋은 날이면 나는 마음이 들떠서 항상 수업오시는 선생님보다 내가 먼저 대기하고 있다. 몸이 힘들어 침상에 누워있을 때에도 항상 마음은 이미 병원학교에 가 있다.

병원학교를 다니면서 나에겐 새로운 꿈도 생겼다. 병원학교 선생님들도 나에게 많이 추천해주신 <유치원 선생님>이다. 매 수업시간 선생님들이 어린 환아들을 섬세히 돌봐주며 수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과 확신이 더 강해졌다. 나중에 건강해져서 저렇게 사랑스런 아이들을 예쁘게 가르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내 미래를 향해 나아갈 희망과 용기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