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장00 씨는 지난 1월 16일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뇌출혈로 잃었다. 아들 이 씨는 1월 15일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이미 뇌의 2/3 이상에 피가 고여 수술을 해도 깨어나지 못하거나 식물인간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어머니 장 씨는 순간 눈앞에 캄캄했다. 13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지금도 병상에 누워있는 남편을 떠올리며, 아들에게만큼은 아버지와 같은 삶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이에 가족은 수술을 포기했고, 이 씨는 뇌사판정을 받았다.

아들의 죽음을 만나면서 어머니 장 씨는 강하고 덤덤했다. 넋을 놓고 아들의 손을 잡으며 순간적으로 장 씨는 “그런데 장기기증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비록 몸은 떠나지만, 아들을 다시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장기기증이라고 생각했다. 故 김수환 추기경을 바라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그분처럼 다 놓고 가야지’라고 했는데, 아들을 보내면서 그 마음을 실행에 옮기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이러한 어머니의 결정으로 이 씨는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로 옮겨졌고, 당일 만성신부전증으로 각각 8년, 10년간 신장 이식을 기다려온 30대 남성과 50대 남성에게 신장이식이 이뤄졌다. 또 양쪽 각막은 70대 여성과 40대 여성에게 하나씩 이식됐다. 지난 18일 아들의 장지를 치르고 아들을 보내주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조금 지난 3월 3일, 어머니는 또 한 번 아들을 대신하여 마지막까지 나눔을 실천한다. 아들 몫으로 받은 장제비 100만원을 장기이식 환우들의 치료비로 다시 내놓았다.

어머니 장 씨는 “우리 아들도 하늘에서 보면 엄마 잘했다고 기뻐할 것”이라며, “우리 아들의 몸과 예쁜 마음이 어느 한 켠에 살아있을 것을 생각하니 슬프면서도 이상하게 기쁘다”고 전해왔다.

“아들의 방에서 점점 옅어지는 아이의 체취를 느끼면서 생각했어요. 더 깊고 좋은 향기를 이 세상에 뿌려달라고 기도해요.”라고 말하며 마지막 기쁨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 씨의 어머니가 보내 온 기금은 어려운 생활환경에서 장기이식을 받지 못하는 환우들을 위한 치료비로 사용된다.

지난해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에 어려운 환우를 위해 사용해달라며 보내온 기금만 2천여 만원에 달했으며, 이 기금은 사회사업팀을 통해 환자를 선정하고, 환우들의 수술비로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