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닥친 것은 아마도 10년쯤 전인 것 같습니다. 아빠의 연이은 사업실패, 그리고 건강악화로 B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화….

그래도 초기에는 아빠께서 어느 정도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아빠의 병은 점점 악화 되어 갔고, 엄마는 파산하신 아빠를 대신해서 아빠의 병원비와 저와 제 동생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정말 가리지 않고 일을 하셨습니다. 남자들도 하기 힘든 택시 운전도 3년 가까이 하셨는데, 허리가 아파 병원을 오가는 날도 잦았습니다.

큰 딸인 저는 시간이 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생활을 계속하며 엄마를 도왔지만, 그것도 역부족이어서 휴학을 밥 먹듯이 했어요.

한때는 주위의 친척들 원망도 많이 했어요. 저희 아빠와 엄마는 남을 도울 줄 아는 착한 분들이었거든요.  한때는 아빠가 집보다도 남을 먼저 챙겨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어요. 지금 돌이켜보아도 아빠는 참 훌륭한 분이었던 것 같아요. 자상하시고, 인정도 많으신….

2009년 언젠가부터 아빠의 병이 점점 악화되어 잘 걷지도 못할 지경이 되셨어요. 몹시 숨차 하셨고 침까지 흘리셨어요. 멋지던 아빠의 모습은 없고 그저 초라하게 병든 모습뿐이었어요.

2010년  9월쯤부터 아빠의 병은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가운데 더욱 더 악화되었고, 엄마는 아빠 옆을 지키느라 수입이 전혀 없는 상황이 되었어요. 교통비도 없을 정도였어요.

그때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께서 아빠의 위중함을 느끼셨는지 검사비라도 도와주시겠다며 간 이식 수술을 권하였어요. 우리 가정에게는 너무나 벅찬 일이라 생각지도 못하던 일이었지요. 저와 제 동생이 기증자 검사를 받았어요. 하지만 검사 결과는 저와 제 동생 모두 간의 크기가 작아 안 된다는 것이었고, 또 한 번 좌절했지요. 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