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푼 사랑이 돌아오는 놀라운 경험

 
글_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자원봉사 총팀장 최두봉(우술라)
 

성바오로병원에서 봉사를 시작한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처음 봉사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생각하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성당에 함께 다니는 형님들이 건강할 때 봉사를 많이 해 놓으면 훗날 늙고 병들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말씀에 ‘봉사 저축’을 생각하고 집 근처 성바오로병원에서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기도 봉사, 의무 기록실에서 차트 정리 등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너무 많았다. 그렇게 2개월이 채 안 된 어느 날, 자원 봉사 담당 수녀님은 나에게 ‘팀장’직을 권유했다. 오랜 시간 봉사를 해 오신 분들도 많은데, 이제 갓 봉사를 시작한 나에게 팀장이라니, 잠시 고민했지만 순명도 봉사이기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노후에 도움을 받으려고 시작한 봉사였지만 어느 새 내 자신이 변하고 있었다. 환자들에게 먼저 다가설 수 있는 적극적인 성격을 키워야겠다고 마음먹고 봉사를 갈 때 타고 다니는 마을버스 기사님께 인사 해보기로 했다. 어색하고 부끄러웠지만 용기 내어 감사하다는 말을 건넸고, 기사님도 내 인사에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 다음부터는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과 말을 주고 받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작은 변화였지만 봉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감히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최근에는 무인 기계 앞에서 수납과 처방전 발급을 돕는 봉사를 하고 있다. 얼마 전 몸이 불편한 할머니 한 분이 길을 헤매시는 것 같아 해당 외래 진료실 앞까지 모셔다 드렸더니, 할머니께서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거냐”며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셨다. 할머니의 미소가 내 마음 속에 뿌듯함으로 다가왔다. 이후로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최선을 다하게 된다. 
 
이렇게 병원에서 봉사를 마치고 나면 몸도 가볍고 마음도 즐거워지는 놀라운 느낌을 가지게 된다. 어떻게 보면 봉사란 자신을 위한 것이지 결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는 자원봉사 총팀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부족한 나에게 좀 더 성숙함을 요구하시는 주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성바오로병원에서 필요로 할 때까지 계속 봉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