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함께 봉사하는 동료들에게 항상 감사합니다”

9월 10일, 서울 지방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렸다. 무수히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배경상(65세) 씨는 자원 봉사를 위해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서울성모병원의 전신인 강남성모병원에서 1984년부터 시작한 자원봉사가 벌써 27년째다.

배경상 씨는 어릴 적 뜀박질도 잘하는 건강한 아이였다. 그러나 6·25 한국 전쟁 때 크게 앓은 뒤로 척추가 휘어 키가 1m 남짓이다. 의사는 척추에 균이 감염돼 그렇다고 설명했다.

남들보다 키는 좀 작지만 누구보다 밝은 인생을 살고 싶던 그녀는 강남성모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동생에게 “내가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라고 물었고, 동생은 원목실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게 알아 봐 주었다.

그렇게 그녀는 1984년, 원목실 한 켠에 앉아 책 표지를 싸는 것부터 시작해 지난 27년 동안 성물(聖物) 판매, 환자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서울성모병원과 동고동락해왔다. 몇 년 동안 미국과 캐나다에 머물렀을 때를 제외하더라도 한 사람이 태어나, 성인이 되었을 만큼 긴 시간이다.

“병원에 와서 고생하는 의료진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보람이 있고, 환자가 씩씩하게 걸어 나갈 수 있게 애쓰는 분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는 말을 배경상 씨는 꼭 전해달라고 당부하는 배경상 씨는 삶이 곧 고마움이다.

배경상 씨는 현재 국제진료센터를 찾는 외국인들이 이 곳을 잘 찾지 못할 때면, 길을 안내하기도 하고, 무인 수납기에서 처방전이나 영수증을 뽑는 것을 도와주기도 한다.

사람이 태어나 나이가 40세가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들 한다. 편안하게 웃고 있는 배경상 씨의 얼굴은 그녀의 지난 긍정적인 삶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 애먹이지 않고 잘 죽는게 지금 소원”이라며, “죽을 때에도 서울성모병원에서 깨끗하고 아름답게 죽고싶다”고 말하는 배경상 씨가 앞으로도 계속 건강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