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같은 승리처럼 病도 이겨낼겁니다

지난 10월 10일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관람하기 위해 아주 특별한 팬이 잠실 야구경기장을 찾았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장 홍영선 교수, 안센터장 주천기 교수 그리고 홍영선 교수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환자 이환씨와 아들 민욱군 이다.

말기 림프종인 이환씨는 현재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로, 홍 교수와는 환자와 의사로 처음 만났다. 서로 원년부터 두산을 좋아해온 야구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이환씨가 홍 교수에게 야구모자 선물하면서 지난 7월 야구경기를 함께 관람하기도 했다. 주치의와 함께 가면 야구 관람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홍 교수의 배려였다.

이들의 아름다운 야구장 동행 이야기는 소문을 타고 두산의 김진 사장과 김경문 감독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김경문 감독은 이들의 두산 사랑에 감동해 플레이오프 3차전에 환자와 홍 원장을 함께 초대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환자가 선수, 감독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30여년간 두산을 사랑해온’ 팬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였다.
 
이날 경기는 5시간에 걸친 엎치락 뒤치락 숨가쁜 접전 끝에 11회초, 두산은 삼성에 2점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지만 끈질긴 투지는 결국 ‘기적’을 낳았다. 11회말 선두타자 이종욱을 시작으로 5타자가 모두 안타 및 4사구로 출루하면서 내리 3점을 거둬들이며 짜릿한 역전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오늘, 30여년간 우리 팀에 사랑을 보내온 한 팬이 말기암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기를 보러 왔다. 그 팬 앞에서 떳떳할 수 있도록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하도록 하자” 경기를 앞둔 김경문 감독의 훈시와 같이 환자가 관람석에 있다는 소식에 두산 선수들은 온 힘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경기가 끝난 후 환자와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만남을 가졌다. 두산팬 이환씨가 ‘출입금지구역’인 라커룸에서 선수단과 만날 수 있었던 데는 김진 두산 사장과 김경문 감독의 배려가 컸다.

특히 두산 김경문 감독은 예전에 눈에 이상이 생겨 서울성모병원 안센터장인 주천기 교수에게 진료를 받은 일이 있었고, 주 교수로부터 이번 사연을 듣고 이환씨의 방문을 수락한 것이다.

이환씨와 아들 민욱군이 가장 좋아한다는 이종욱 선수는 “저를 가장 좋아해주신다니 너무 감사하다. 오늘 이환씨를 생각하며 뛰었다. 오늘의 승리로 힘 좀 받아가셔서 완쾌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영선 교수는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하여 이환씨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선물해준 두산 측에 무척 감사드린다. 특히 기적 같은 짜릿한 역전극을 만들어준 선수들 덕분에 환자와 저희 모두 큰 희망과 기쁨을 얻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두산 선수단 전원은 이 환씨 가족과 홍영선 교수, 주천기 교수를 둘러싸고 기념촬영도 가졌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이 계속되는 레이스로 지쳐있는 상황이어서 ‘이기라’고까진 주문하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후회없는 경기를 보여주자’고 약속했다”며 “오히려 선수들이 환자분으로 부터 격려를 받아, 나조차도 ‘졌다’싶었던 11회말 대역전극을 펼친 것 같다. 이젠 환자분이 힘을 내주실 차례”라며 이 씨를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