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해요]

일주일에 한번 ‘그날’을 기다립니다

대전성모병원과 봉사로 인연을 맺은게 올해로 29년이다. 길다면 긴 세월 봉사하게 된 것은 기쁨과 보람을 가졌기 때문이다. 병원 내 여러 분야에서 봉사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안내와 기도 봉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절박한 환자에게 “여기는 하느님의 치유와 평화가 넘치는 곳입니다” 이렇게 진심어린 기도를 시작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환자들의 신뢰와 위안을 느끼고 나 또한 그날의 봉사에 감사하게 된다.

4년 전, 한 아파트에 살며 부인과 친구로 지내던 김 선생님은 교사로 정년하시고 노후를 평안하게 지내셨다. 위암 판정을 받고 서울에 유수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이미 병세가 깊어져 치료를 포기하고 집으로 내려왔다. 통증으로 밤을 새우기도 한다며 불안을 호소하는 김 선생님에게 나는 호스피스 병동을 보여주며 입원을 권유했다.

담당 교수님과 상담 후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김 선생님은 두 달 후에 운명하셨다. 장례식장까지 찾아 온 간호사들에게 유족들은 좋은 병원에서 치료받다 돌아가신 것에 큰 위안이 되었다며 나에게 몇 번씩 고마움을 표시했다.

봉사의 인식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당시 나는 대전성모병원을 통해 봉사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진 봉사는 나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수기로 진료 신청서를 써주던 80년대 봉사는 손에 쥐가 날만큼 힘들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생생한 정보가 아이콘 한번으로 잡히는 첨단 콘텐츠 시대, 모든 것이 컴퓨터로 해결되니 의료의 질 또한 얼마나 높아졌는가?

지난 세월 봉사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사회의 일원으로 삶의 질을 높여 주고, 봉사자들과의 만남과 우정도 높아진 의료 질 만큼 보다 소중한 가치이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그날을 기다리는 행복한 봉사자이다.

글_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자원봉사자 이하자(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