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C 칼럼] 
 

‘최고가 된다는 것’의 의미

대부분의 내용은 의과대학이 우리나라 최고 의과대학이 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것이었고, 주로 교원들의 연구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컨설팅 기관의 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 대학이 경쟁 대학이라고 말하는 대학들보다 평가 기준이 현저하게 낮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 기준을 타대학 수준에 맞추게 된다면 연구 수준은 물론 진료 분야까지 포함해 대학의 수준이 현저하게 달라질 수 있다. 매우 단순한 평가와 처방이다. 그 누구도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것을 해 오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이 당연히 뒤 따르지 않겠는가? 컨설팅 기관은 이 질문에 대해 함축적으로 다음 두 가지로 답했다.
 
하나는 방향성에 관한 것이고, 또 하나는 우수교원들에 대한 보상 강화라든가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의 Motivation 강화에 관한 것이다. 역량강화 프로젝트에서 간호대학을 포함하여 의과대학의 기초 및 임상 교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이에 전체 교수의 52.1%에 해당하는 451명이 응답했다. 뿐만 아니라 일대일 인터뷰도 실시하여 학교와 병원의 주요 보직자, 주임교수님 108명을 대상으로 평균 1시간 이상의 인터뷰가 이루어져 교수님들의 의견을 비교적 상세하게 수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설문 내용 중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가히 충격적이었다. 내용인 즉 ‘가톨릭기관이기 때문에 의례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고, 오히려 실적이 나빠도 인정하고 용서해야 한다’, ‘최고가 되는 것과 치유자이신 예수를 우리 안에 재현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 ‘우리 기관은 낮은 곳으로 임한다는 가톨릭이념을 기반으로 옆 동료를 끌어내리기를 좋아한다’, ‘말로는 가톨릭이념을 내세우면서도 논문이 적다고 타박하는 경영진이 야속하다’등 가톨릭기관의 이념에 대해 구성원 간의 혼선이 존재하고 있었다.

가톨릭기관에서 최고가 된다는 목표를 갖는 것이 기관의 이념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교수님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놀랍다. 어쩌면 설문 내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우리 기관이 최고가 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만일 우리 기관의 구성원들이 지금까지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이제부터 생각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의료인으로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가톨릭기관의 이념을 실천하는 것과 전혀 동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기관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관이다. 만일 생명의 시급을 다투는 환자들이 우리 기관에서 연구하고 진료하시는 교수님들이 최고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는다면 그 소중한 자신의 생명을 편안하게 맡길 수 있을까? 우리의 의료현실은 최고가 되지 않으면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우리가 실천하고자하는 이념의 한 가운데에는‘치유자 예수님’이 계신다. 그런데 이 예수님은 어떤 분이신가?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갖가지 질병과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단 한 건의 의료사고도 없이 완벽하게 고쳐주신 치유자로 묘사된다. 그리고 예수님의 치유 행위는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기 위한 주요 수단이 된다. (마태4,17-25 참조)
 
마찬가지로 우리 기관에서 의료사업은 가톨릭기관으로서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주요 수단이며, 이를 위해 우리도 최소한 의료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만 하는 요청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만일 가톨릭정신을 ‘최고가 되기 위한 욕심을 버리고 남과 경쟁하지 않는 것’ 이라고 잘못 이해된다면 우리는 생명의 소중함을 다루는 의료기관 본연의 정체성을 아예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가톨릭중앙의료원장 이동익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