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를 통하여 사랑을 배우다

의정부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팀 혈액부 unit 방창권

평소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나는 2005년 3월 양주시 자원봉사센터의 가족봉사단 1기에 가입하게 되었다. 가족봉사단이란 주5일 근무가 계기가 되어 격주로 토요일 월 2회, 자원봉사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내용은 독거노인 방문 봉사, 요양원 봉사, 정신지체 시설 봉사 및 여러가지 체험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토요일 오후,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가족관계 개선과 아이들에게 봉사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하고 몸으로 나눔을 학습 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 생각하여 열심히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토요일 오후가 되면 봉사를 하러 가게 되었다.

1년 뒤, 가족봉사단 1기 활동이 끝나고 함께 봉사하던 다른 가족들과 독자적으로 ‘아름드리 가족봉사단’ 이란 봉사단체를 만들어 지금까지 매월 회비를 모으고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계속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총무를 맡아 4년을 봉사하였으나 지금은 아름드리 가족봉사단 단장으로써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매월 요양원(대진 요양원)이나 정신지체 시설(겨자씨 사랑의 집)에 정기적으로 찿아가 봉사를 하고 있다. 또한 ‘사랑농장’을 운영하여 고구마를 수확하고 시설에 기증하는 일도 해마다 잊지 않고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기도 자원봉사대회에서 두 번이나 수상을 하는 영예를 누리게 되었다.

만약 누군가 가장 보람을 느낀 적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봉사를 하러 갈 때마다 나를 기억해주시고 우리가족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과 우리 봉사단이 해왔던 모든 일들이 항상 보람되고 기억에 남습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봉사 활동을 하면서 여러가지 즐거운 일, 재미 있었던 일들이 많았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건 요양원에 계시는 ‘멋쟁이 할머니’와의 인연이었다. 외모와 머리스타일 그리고 옷 입으시는 스타일이 멋스러우셔서 우리 가족은 그 할머니를 ‘멋쟁이 할머니’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처음 멋쟁이 할머니를 뵈었을때는 활력적이시고 발랄하셔서 함께 잔디밭에서 음악을 틀고 춤도 함께 추시고 하였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치매가 심해지셔서 갈 때마다 우리를 몰라 보셨다. 그러면 또 우리는 산책도 하고 재미난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에 돌아가려고 하면 어느새 친해지셔서 손을 잡고 “잘가 , 또 와!”라고 웃으시면서 인사를 해주셨지만 다음달에 또 뵈러 가면 또 저희를 잊으시곤 하셨다. 

2008년 벚꽃이 한창일 때, 요양원 어르신을 모시고 포천 일동 온천 여행을 다녀온 일이 있었는데 그때 요양원 최고령(103세) 할머니의 웃을 수밖에 없었던 일도 기억에 남는다. 온천욕을 마치고 근처 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도 마친 오후, 날씨가 따뜻하여 산정호수로 벚꽃을 구경하러 가던 중이었다. 온천을 마치고 식사도 해서 몸이 나른해지셨는지 산정호수 가는 도중 승용차 안에서 그만 실수를 하신 것이다. 우리는 산정호수에 도착해서 부랴 부랴 씻겨 드리고 옷 갈아 입히는 등 정신이 없었으나 다른 일행은 이 일로 웃음꽃을 피우던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항상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였다. 몇주 전 요양원 복지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김**할머님 께서 급히 투석을 하셔야 해서 우리 병원 응급실을 가는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셨다. 내가 병원에서 근무는 하지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입장은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병원으로 오신다기에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달려 갔다. 직접적인 큰 도움은 드릴 수는 없지만 복지사님과 함께 응급실에서 자리를 지키고 의료진에게 말 한마디라도 더 해드렸다. 자리를 지키면서 작년 가을, 할머니와 함께 갔던 나들이때 복지사님을 주려고 머리핀을 사시던 모습이 기억이 나자 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더욱이 양아들이 있긴 하지만 전화 연락을 하니 본인은 법정 보호자가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시며 모른체 하는 모습에 더욱 마음이 아파왔다. 복지사님의 도움으로 입원하여 투석도 받으시고 치료 중이시지만 방광암을 앓고 계신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우리가 봉사를 한다고 하지만 그저 작은 도움만 되어 드릴뿐 본질적으로 도와 드릴 수 없음이 안타깝게만 느껴 질 때가 많다. 그렇지만 작은 도움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있기에 앞으로도 우리는 자원봉사를 할 것이며 마음 속으로 다시 한번 기도한다. ‘할머니 얼른 병 나으시길 빌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