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찾기 인터뷰]

삶과 죽음, 그 사이에서 희망을 외치다

성바오로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 사회복지사 이선영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스피스’라고 하면 죽음을 맞이하러 가는 곳이라 생각한다. 생존 가능성이 없는 이들이 모이는 더 이상의 희망이 없는 곳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바오로병원 호스피스병동 이선영 사회복지사는 삶과 죽음은 언제나 공존하며, 공존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호스피스라고 말한다.

이선영 사회복지사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가을, 두 자녀를 둔 40대 초반의 한 환자가 임종했다.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부인의 뒤를 이어 자신마저도 간암 판정을 받아 투병생활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 설상가상으로 간염 보균자인 아들도 증세가 심각해져 체중이 10kg 씩 빠지고, 한번 코피를 쏟으면 몇 시간씩 지속되어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다행히 성바오로병원 자선회의 도움으로 외래 진료비를 지원받고, 지역 동사무소와 연계해 생계비 후원과 국가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대학생 멘토를 연계해 일주일에 한번 씩 아이들과 문화생활을 하며 형제처럼 지낼 수 있도록 도왔다.

아버지에게는 자신의 마지막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아이들에게는 삶을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 경험으로 이선영 사회복지사는 호스피스가 많은 역할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성바오로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는 완화의료전문의와 호스피스 전문 과정을 이수한 간호사, 사제, 수도자,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사회복지사가 환자와 가족들을 보살피고 있다.

한지공예요법, 원예요법, 미술치료, 음악치료, 환자와 함께 하는 나들이, 정기적인 환자 가족 교육 등 환자 가족의 정신적, 정서적 안정과 적응을 도모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 임종 후에는 사별가족모임, 전화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가족의 슬픔을 극복하는 문제를 돕는다.

이선영 사회복지사는 호스피스 전담 사회복지사로서 환자와 그 가족들의 심리적인 안정을 도울 뿐 아니라 사회적, 개인적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환자 또는 가족들에게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각종 사회복지프로그램을 이용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방안을 찾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환자를 대하는 마음은 항상 따뜻하지만 머리는 냉철하고 이성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이선영 사회복지사의 ‘직업관’이다.

“호스피스가 단지 더 이상의 치료를 기대하기 힘든 환자가 와서 죽음을 맞이하는 곳이 아닌 삶을 정리할 수 있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와서 자신의 남은 삶을 정리하고, 가족들과의 관계도 정리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 그리고 호스피스병동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그녀는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