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자원봉사 일을 하다 보니 봉사활동은 내가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일을 통해 내가 봉사를 받고 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나도 내가 하는 일은 남을 위해 무언가를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많은 분들을 만나고 그 분들과 함께 하며 내 마음이 치유되고, 기쁘고, 행복해지는 걸 경험하면서 내가 다른 분들로부터 봉사를 받고 있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게 됐다.

병원 로비에서 일하면서 많은 환자분들을 만나지만 특히 기억에 남고 유독 마음이 쓰이는 환자는 외국인 노동자다. 아무래도 가족과 떨어져 타향살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몸이 아플 때도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라 좀 더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 그 분들이 오시면 같이 동행해서 검사나 진료 받는 것을 돕곤 한다.

이들이 ‘내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때론 엄마처럼, 때론 누나처럼 함께 기다려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봉사라기보다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아파할 때 함께 해줘야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렇게 연을 맺은 외국인 환자들이 다음에 병원을 찾을 때 나에게 전화해 서투른 한국말로 어디 있는지를 묻고 인사를 하고 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나는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그 날까지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계속할 생각이다. 하느님 그리고 병원에서 더 이상 내가 필요치 않다고 하는 그 날까지는 스스로 이 일을 그만두겠다고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그 날까지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계속할 생각이다.

28년 동안 그래왔듯 나의 화요일은 고귀하고 귀중한 시간으로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하려고 한다. 특히, 봉사는 얼마나 오랫동안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을 가지고 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처음처럼 꾀부리지않고 마음을 열고 환자분들에게 다가가 그 분들과 함께 하려 한다.

병원은 나에게 낯선곳, 다른 곳이 아닌 ‘내집’, ‘제 2의 우리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집처럼 편한, 우리 집 같은 곳이다. 내가 힘들 때는 나의 어려움을 위로받을 수 있고, 내가 기쁠 때는 나의 기쁨을 우리 집 식구, 우리 집을 찾아온 손님과 나눌 수 있는 나의 안식처이자 쉼터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에 오면 항상 웃을 수 있고, 이곳에서 하는 일들이 봉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내 일, 내살림을 하는 것일 뿐이다. 우리 집에 오신 손님인 환자분들이 좀 더 편하고, 좀 더 행복하고, 기쁘게 머물다 가실 수 있도록 오늘도 난 밝은 미소로 1층에서 고객들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