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실천공모전 _ Action Plan Story 수기부문 대상

서울성모병원 53병동 김효신 UM

영성 간호와 함께한 초보 UM의 1년 9개월

분만휴가가 끝나가던 어느 날, 간호부의 연락 받고 UM이란 직책으로 정신과 병동으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5년을 몸담았던 병동이었지만 다시 가본 병동은 낯설었습니다. 또 JCI 본 평가를 향해 달려가는 큰 물결에 휩쓸려 병동 업무를 파악할 시간도 없이 초보 UM의 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간호 1팀에서 SCLP(Spiritual Care Leadership Program) 영성프로그램에 앞서 홀리네임(holly name)을 소개받았습니다. 불안하고 자신 없는 제 자신이 한심해 퇴근길에 들른 성당에서 문득 ‘주님, 저에게 주님의 평화를 주소서’라는 저의 홀리네임으로 하면 좋을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평화를 청하는 홀리네임 기도는 불안과 감정적 동요를 가라앉혀 주었고, 평정을 찾은 상태에서는 새로운 해답과 주변 도움의 손길을 알아보게 되어 미숙하나마 한발씩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성숙하고 역량 있는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액션 플렌 4-1, 내면적 성숙과 신뢰받는 인격함양을 추구한다는 항목 그대로 SCLP라는 영성수련 프로그램과 홀리네임 사용은 환우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의료인 그리고 의료인을 돌봐야하는 의료인이자 초보 관리자였던 저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 볼 용기와 내적 평화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2010년 치열했던 봄을 지나 여름의 한 가운데서 불안과 불면의 밤으로 맞이했던 JCI 평가도 무사히 지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 간호 1팀은 암병동으로 구성된 팀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이 속해 있는 암병동에 기여할 수 있는 포인트가 없을까 고민, 암환자들의 우울 및 자살징후와 이를 예방하도록 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해 우울, 불안이 심해져 자살 사고까지 가지고 있는 환자들을 알아보고 영적 돌봄 간호 중재를 적용할 대상자로 연결시키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윤리에 기초한 창의적 연구 액션플랜 3-3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개선과제를 연구하고, 업무 현장에서 얻은 위의 고민을 아이디어 삼아 병동 논문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병동 간호사들은 문헌고찰을 통해 ‘암환자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이 암병동 간호사의 자살에 대한 태도 및 지식 정도에 미치는 효과’라는 제목으로 연구를 진행해 원내 우수상을 수상하였고, 이후 병원 간호사회에서는 포스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포상금으로 힘든 와중에도 연구에 참여해 준 간호사, UM선생님들께‘생명 존중 우리의 사명’이라는 문구를 새긴 작은 가방으로 조촐하나마 감사의 마음을 표하였습니다. 물질이 풍요해지는 반면 개개인의 마음과 영혼은 불행해져 가는 이때야 말로 CMC의 생명 존중 정신은 우리만의 차별화 포인트로 그 적용이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은 망상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종교적 접근이 조심스러웠으나 무가치감과 냉담을 풀고 성체를 모시며 웃고 퇴원하던 환자분들, 그리고 지난해 11월 조직된 병동 플룻 반주단과 함께 하는 미사에 참여하는 환우분들의 즐거운 표정을 통해 생명존중과 의료 선교의 일선에 서 있다는 것과 생명에 대한 봉사정신으로 의료 선교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1년 9개월 동안 초보 관리자로서 많은 문제에 직면했었고, 휘청댔었고, 좌충우돌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상됩니다. SCLP와 홀리 네임 기도는 분명 만병통치약이나 문제를 즉각 해결해 주는 마법주문이 아니었지만 감정적 동요로 힘들 때, 그리고 실수투성이 과거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끝없이 후회와 걱정이 밀려올 때‘지금 여기에’ 집중해야 함을 알려 불안과 분노의 감정을 식혀주었고, 그렇게 만들어 진 쉼표는, 제가 아닌 하느님께서 조정하시는 것을 보도록 기다릴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미움과 분노의 유혹을 덜었고 낮아지면 오히려 높아지는 그 신비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CMC란 울타리 안에서 부족한 초보 관리자와 동행하고 있는 우리 53병동 식구들께 지난 시간에 대해 감사드리며, 환우분들께 우리 모두가 치유자이신 예수님의 은총을 전달하는 도구가 되길 빕니다. 언제나 당신께로 이끄시려 참으로 애쓰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며 부족하고 창피하나 영성 간호와 함께하며 치열하게 애썼던 1년 9개월 동안을 돌아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저와 우리 모두의 걸음에 주님의 평화와 지혜 그리고 용기를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