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살려준 은혜, 장기기증 통해 사회에 갚고싶어요

여의도성모병원, 혈액암 투병하는 탈북 할머니에게 의료비 지원

지난 7월9일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병원장 문정일)에 한 통의 편지가 전달됐다. 여의도성모병원에 입원한 김숙자 씨의 딸 송산옥씨가 문정일 병원장에게 보낸 감사 편지였다. “어느덧 한국 생활 10년. 열심히 뛰고 뛰었건만 여지껏 생활난에 시달리다보니 부모님한테는 물론 다른 사람한테 하나도 베풀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런 나 자신 정말 염치없고, 이번에 도움받을 자격 일 푼어치도 없는 사람입니다. 이제 제가 앞으로 열심히 일하면서 도움의 손길을 베풀겠습니다”

송산옥 씨를 포함한 세 형제와 부모는 지난 1987년 탈북했으나 아버지가 병으로 숨지면서 온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돈을 벌어야 했다. 송산옥 씨는 러시아로 건너가 보따리 장사를 하며 가족에게 돈을 부쳤고, 지난 2003년 한국에 들어왔다. 돈을 많이 벌어 가족 모두를 한국으로 데려오는 꿈은 녹록치 않았다. 매일 쉬지않고 열심히 일해도 어려운 생활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중국에 있는 어머니의 건강이 안 좋다는 소식을 듣게됐고, 가진 돈을 모두 긁어모아 한국으로 모셔왔다. 어머니 김숙자 씨의 상태는 심각했다. 혈액암이 많이 진행돼 암세포가 뼈를 녹여 갈비뼈 8개가 부러지고 척추도 녹아든 상태였다. 면역체계가 무너져 언제든 폐혈증으로 숨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어머니를 살리고 싶었던 송산옥 씨는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항암치료의 명의 한치화 교수가 있는 여의도성모병원을 찾아와 “어머니를 치료해주면 평생 은혜를 갚겠다”고 애원했다. 송산옥 씨의 딱한 처지는 원무팀을 통해 사회사업팀에 전해졌고, 검토를 거쳐 병원 차원에서 700만원의 치료비 전액을 자선예산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김숙자 씨는 여의도성모병원의 치료를 받은 뒤 몰라보게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 송산옥 씨는 지난 7월11일 장기기증을 하겠다는 신청을 냈고, “지금 가진건 이것밖에 없지만, 어머니를 살려준 이 사회에 은혜를 갚기위해 더욱 열심히 살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