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너무 고맙고 사랑해요”

- 결혼 열흘 전 혈액암 진단받은 필리핀 아내…조혈모세포 이식 성공-

남편의 지극한 정성과 사랑으로 무사히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부부의 사연이 전해져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서현호(37)씨와 에스피노자 조비엘(25)씨 부부.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치료를 받아온 에스피노자씨는 지난 7월 9일 동생 에스피노자 졸리우스(14)로부터 말초조혈모세포 이식을 성공적으로 받고, 현재 퇴원 후 경과를 관찰하고 있다. 골수이형성증후군을 진단 받은 지 약 2년여 만.

에스피노자씨의 성공적인 조혈모세포이식은 2년여의 시간동안 남편의 지극한 사랑과 정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에스피노자씨가 골수이형성증후군을 진단 받은 것은 지난 2010년 7월. 결혼식을 불과 열흘 앞둔 날이었다. 골수이형성증후군은 혈액암의 일종으로 에스피노자씨는 골수에서 혈액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태로 빠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국에서는 결혼식을 올리기 전이었고, 골수이형성증후군을 진단받았다는 사실을 안 주위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히는 위기도 있었지만 남편은 흔들리지 않다. 예정대로 결혼식을 올리고 아내 간병에만 힘을 쏟았다. 중장비 일을 하는 남편은 아내 치료비를 위해 중장비 일부를 팔기도 했다.

남편 서현호씨는 “나 하나만 믿고 한국에 온 사람인데, 아프다는 이유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아내의 병을 얼른 치료해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에스피노자씨는 매주 수혈을 받으며, 조혈모세포가 일치하는 공여자를 찾기 시작했다. 출혈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여러 차례.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에스피노자씨와 일치하는 공여자가 없었다. 김정아 교수(혈액내과)팀은 공여자를 찾기 위해 에스피노자씨의 가족들의 조직적합성항원(HLA) 검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필리핀 현지와 수차례 전화 연락 등을 통해 채취한 혈액 샘플을 항공을 이용해 전달받았고, 가톨릭조혈모세포 은행에 의뢰해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에스피노자의 남동생 졸리우스(14)가 일치했다. 진단을 받은지 1년만이었다.

드디어 이식을 받을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이번엔 동생의 비자 발급이 발목을 잡았다. 김정아‧이보희 교수(혈액내과)는 대사관으로 환자에게 꼭 필요한 공여자라는 내용 등을 적은 소견서를 보냈지만 동생 졸리우스의 비자가 발급되지 않았다.

김정아 교수팀은 동생의 비자 발급을 위해 거듭 대사관에 소견서를 보냈고, 드디어 비자가 발급됐다. 동생 졸리우스는 한국행을 준비했다. 하지만 만14세 미만인 졸리우스는 보호자 없이는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졸리우스와 동행해 한국으로 올 보호자가 없는 상황.

남편 서현호씨가 필리핀에 다녀올까 생각했지만 비자 발급 문제 등 시간이 더 지체될 수 있어 당사자인 에스피노자씨가 직접 필리핀으로 향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2012년 7월 9일. 골수이형성증후군을 진단 받은지 약 2년, 동생 졸리우스와 조혈모세포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받은지 1년여만에 에스피노자씨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았다. 남편의 지극한 정성과 사랑이 드디어 그 열매를 맺게 되는 날이기도 했다.

이식은 동생의 말초조혈모세포를 채취해 에스피노자씨에게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식은 성공적이었다. 에스피노자씨는 이식 후 주입된 공여자의 면역세포가 환자의 신체를 이물질로 인식해 생기는 이식편대 숙주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고, 퇴원 후 혈액 검사에서도 양호한 결과를 보였다. 환자 컨디션도 좋은 상태다.

아내 에스피노자씨는 “남편에게 너무 고맙고, 남편이 있어 행복해요.”라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남편 서현호씨는 “이식을 받기까지 너무나 애써주신 김정아 교수님, 이보희 교수님, 금구 수녀님, 헌혈증 지원 등 도움을 주셨던 사회사업팀 선생님들 등 병원에 너무 감사할 따름”이라며 “앞으로 아내가 현 상태를 잘 유지해 건강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