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한 나의 기도

前 가톨릭중앙의료원장 최영식 신부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한 무료진료소 요셉의원의 첫 해외 분원이 필리핀에 문을 열었다. 요셉의원이 필리핀에 무료진료소를 개원하게 된 데는 전 가톨릭중앙의료원장 최영식 신부의 공이 크다. 필리핀 요셉의원의 개원 준비부터 모든 과정을 함께하고, 앞으로 5년여간 원장으로서 병원을 책임지게 된 최영식 신부를 만나보았다.

의료사목은 나에게 주어진 길

“내게는 형님이 계셨다. 형님은 약국에서 지은 홍역약을 먹고 한 눈이 실명됐다. 나는 어려서 아침, 저녁기도 시 빼먹지 않고 형님의 눈을 낫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최영식 신부는 형님에 대한 일화를 떠올리며 아픈 이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던 첫 경험담을 전했다. 그러면서 의료사목에 헌신하게 된 계기에 대해 “주 성모님께서 내게 주신 길”이라고 정의했다.

최 신부는 사병으로 군 복무하던 시절 월남 후송병원에서의 근무를 시작으로 군종 신부 4년 동안 야전병원, 후송병원과 수도통합 병원 분실을 담당했었다. 이후 20년 6개월간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 근무하며 꾸준히 의료사목에 헌신해왔다.

그러던 그가 본격적인 의료선교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2007년 말 암 진단을 받고 병치레를 경험하면서 부터다. 최 신부는 “이 때 죽음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앞에 있다고 확연히 실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내 자신이 얼마나 죽음의 준비가 안 되었는지 깨달았다. 생을 마치기 전에 꼭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최 신부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성 요한 마리 비안네 신부의 성지 ‘아르스’와 성모 발현지인 루르드, 아시시의 성 프린치스코 성지 등을 순례하면서 앞날에 대한 응답을 구하며 은혜로운 시간을 가졌다. 이후 2010년부터 필리핀을 수차례 방문하며 의료봉사와 빈민지원 활동 현황을 파악했고, 가톨릭중앙의료원에 몸담고 있으면서 하지 못했던 필리핀의 병고와 가난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의료선교에 마음을 굳혔다고 전했다.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돌보는 자선병원

필리핀 요셉의원은 메트로 마닐라 17개의 도시 중 가장 가난한 도시 4개주에 3개시로 이뤄진 칼루칸 교구내 성모성심 빌라(Heart of Mary Villa)의 150여평의 건물에 세워졌다. 본래 이곳은 착한목자회 수녀들이 미혼모와 아기들을 돌보던 곳으로, 칼루칸 교구내에서 환자들의 접근성, 병원으로 확장 가능성, 개설 용이성에 부합하는 최적의 장소다.

최 신부는 지난해 병원 개원 준비를 하며 개보수하는 현장 울 안에서 지냈다. 우기철인 7월 중순에는 폭우와 태풍으로 강물이 범람해 이층 방에 하루 반 동안 고립된 적도 있었다. “전기, 수도가 끊기고 범람한 강물이 아래 층 처마 밑까지 차올라 그 밤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궁리를 하며 소동을 피웠으나, 다행히 더 이상 물이 넘치지 않아 법석을 떨었던 생각에 혼자 웃었던 기억이 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 같은 해프닝을 겪으며 마침내 문을 연 필리핀 요셉의원은 ‘가난한 환자들에게 최선의 무료진료’라는 사명에 따라 현지 의사와 간호사를 채용해 찾아가는 이동진료를 주로 하되, 검사나 처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환자를 거점에 데려와 필요한 진료를 할 예정이다.

최영식 신부는 현재 주변을 둘러보며 굶는 아이들을 위한 무료급식, 집에서 공부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 마련, 많은 아이들의 취학할 수 있도록 돕는 일 등 가난한 소아 청소년을 위한 방안도 준비 중이다.

또한 도서지방을 찾아 예방과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장비를 장착한 대형버스로 순회 진료를 하고, 시간과 여건이 허락된다면 소규모의 자선병원을 건립 운영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필요할 때 뜻을 펼치십시오

최영식 신부는 필리핀 요셉의원을 개원하기 이전에 20여년 동안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 의료사목을 펼쳐왔으며, 의료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가 필리핀 요셉의원 개원을 생각하게 된 것은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 재직하며 못 다한 뜻을 이루려는 염원도 작용했다.

최 신부는 “서울성모병원을 세우는 과정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가난한 이들도 혜택 받기를 바랐고, 주한 교황대사님들도 교황청 특사도 이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며 “오늘도 이곳 필리핀으로 안배해 주셨음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가톨릭중앙의료원 가족들에게 “가톨릭중앙의료원 구성원은 누구나 자신의 선택으로 이곳에서 일을 합니다. 훌륭한 학교, 병원은 구성원에 의해 이뤄진다고 믿습니다. 또한 모든 구성원은 신앙인이든 아니든 설립이념을 받아들이며 봉직하는 것입니다.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해 투신하는 이들을 많이 배출하는 학교가 명문이고 훌륭한 의료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우리 구성원은 하느님 나라 건설이든 사회봉사든 참여의 의지를 가지고 필요한 때에 그 뜻을 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