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뼈암 환아 하이디에게 찾아온 417일, 2만Km 기적

 - 페이스북으로 전해진 안타까운 사연, 서울성모병원이 무료 자선수술 -

[사진설명]지난 8월 9일 하이디의 퇴원식에서 하이디가 축하 케잌의 촛불을 끄고 있다.(左 부터 보건산업진흥원 김기성 단장, 황태곤 서울성모병원장, 이재욱 소아청소년과 교수, 정양국 정형외과 교수, 부친 윌통 메나씨, 하이메 페루대사, 최종환 신부)

지난해 6월 중순, 골육종으로 불리는 뼈암으로 2만Km를 날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417일간 수술 및 입원 치료를 받았던 페루 소녀 하이디 로리아니(Jaidy Loriani, 12세)가 모든 치료를 마치고 회복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페루 북부 조그만 항구도시 푸에르토 말라브리고에서 성장한 하이디는 지난해인 2012년 6월 초 갑자기 오른쪽 어깨가 딱딱하게 굳는 증상이 발생했다. 그녀의 아버지인 윌통 메나(Wuilton mena, 36세)씨는 페루 수도 리마로 딸을 데려가 현지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현지 의사에게 들은 이야기는 ‘어깨에 암이 생겼다는 것’, ‘이 암을 제거해야 아이가 살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팔을 잘라야 한다’고 했다.

윌통 씨는 절망했다. 자신의 월급인 800누에보솔(약 30만원)로는 하이디의 치료비가 감당이 되지 않는 것보다 사춘기에 접어든 딸이 팔 절단으로 인해 엄청난 충격을 받을 까 걱정했다.

윌통 씨는 한국에서 파견 온 마을 성당의 최종환 신부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최 신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타까운 사연과 팔에 깁스하고 있는 하이디의 사진을 올리고 한국에서 자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자 최 신부의 페친(페이스북 일촌) 정재우 신부가 백방으로 하이디를 도울 방법을 생각하던 중, 해외 의료 선교를 담당하는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료협력본부 오승민 사무국장에게 문의를 했다.

오 국장은 모든 상황을 골육종 전문가 서울성모병원 정양국 교수(정형외과)에게 설명했고, 정 교수는 장 시간 고민 한 결과 자신있게 ‘팔을 절단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다’는 답을 내놨다.

하이디 부녀는 지난해 6월 21일, 2만 Km를 날아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고, 이 모든 과정은 열흘만에 이뤄졌다. 병원은 하이디의 진료비 전체를 자선 진료하기로 결정했다.

페이스북에서 시작된 하이디의 사연은 전국으로 알려졌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페루의 안타까운 뼈암 소녀 사연을 듣고 항공비와 초기 정착 체재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신원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병원에 10억을 기부했던 70대 노 신사는 ‘기부금을 하이디 부녀가 퇴원하는 그 날까지 드는 체재 생활비로 써달라’고 했고, 한 중년 여성은 하이디가 항암치료에 필요한 영양공급을 위해 단백질 음료를 1년간 지원했다.

주한 페루 대사관 직원을 비롯한 한국 체류 페루인들도 어떻게 하면 하이디를 도울 수 있는 지 머리를 맞댔다. 하이디가 외롭지 않게 번갈아 가며 병문안 했고, 페루 전통 음식을 손수 요리해 가져와 이들 부녀가 타향살이가 고되지 않도록 응원했다.

하이디는 입원 후 정양국 교수와 소아청소년과 정낙균 교수의 협진 아래 10주에 걸쳐 항암 치료를 마친 후 지난해 9월 27일 1차 종양제거 및 뼈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페루에서 제시한 ‘팔 절단’이 아닌 기증 받은 뼈를 이식 받았다. 하이디 부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 교수는 “하이디의 뼈암 치료 전 항암치료를 실시해, 팔을 보존한 채 치료하는 방법을 택했고, 다행히 항암치료 결과가 좋아 성공적인 종양제거 및 뼈 이식수술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설명] 입원 당시 하이디(右)의 모습 左부터 최종환 신부, 하이디 부친

이후 하이디는 한국에 체류, 몇 차례 예상치 못한 발열과 영양 섭취 문제가 생겨 고비를 맞기도 했으나, 입퇴원 8회와 외래진료 31회를 반복하면서, 병원의 의료진을 통해 2차례에 걸친 피부 봉합술과 추가 항암 치료를 받았다.

마침내 금년 7월 30일 하이디는 모든 치료를 마친 후 영상평가를 통한 최종 성적표를 받아보았다. 결과는 ‘재발 소견 없으며, 집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다’는 것, 하이디 부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병원은 417일 동안 2만Km를 날아 4억 여원의 국내 최다 자선진료비 및 체재지원 비용으로 이뤄진 기적과 같은 드라마의 에필로그를 위해 지난 8월 9일 황태곤 병원장, 전후근 대외협력부원장, 정양국 교수 등 병원 측 인사와 하이메 포마레다 주한 페루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하이디의 퇴원식을 열었다.

하이메 페루 대사는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시고 자선을 베풀어주신데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하이디를 통해 수준 높은 한국 의술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하이디는 “페루에서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을 기적과 같은 스토리를 통해 한국에서 치료받을 수 있어 도와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그간 못했던 공부를 열심히 해 정양국, 정낙균 교수님 처럼 훌륭한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두 정 교수님이 자신을 진심으로 치료해줬기 때문에 “자신도 환자에게 진심으로 다가서는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하이디와 부친 윌통 씨, 최종환 신부 일행은 8월 12일 오후 비행기 편으로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50시간 만에 집이 있는 페루로 무사히 돌아갔다.

[사진설명]지난 8월 12일 하이디와 부친 윌통 메나씨, 최종환 신부 일행이 귀국 전 공항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