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무럭무럭 자라렴!

편집자 주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한다는 가톨릭의 이념하에 성가병원 사회사업팀에서는 성가자선회를 통해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2008년 한 해 동안 482명이 외부후원기관 연계까지 포함하여 5억여원 정도를 지원받았다. 최근엔 이주노동자의 자녀, 신생아 중환자실 자미의 치료비와 100일 잔치를 마련하였다. 사회사업팀에서는 자미가 건강한 모습으로 엄마 품으로 돌아가기를 기도하며 이 글을 보내왔다.

8월 6일, 가톨릭대학교 성가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자미의 100일을 축하하는 노래가 울려 퍼졌습니다. 자미는 2009. 4. 29, 임신 25+1주, 680g 정말 작은 모습으로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자미의 부모는 우리나라에 입국한 지 3년 된 이주 노동자들로, 아빠는 전자제품 생산 공장에, 엄마는 플라스틱 가공 공장에 취업하여 근로를 하여 왔으며, 이제 갓 결혼을 한 신혼부부입니다. 엄마는 임신 3개월경 플라스틱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 등을 걱정한 회사측의 권고로 퇴사하였으며, 집에서 간헐적인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오던 중, 임신 29주 만에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양수가 조기에 터지고 태반이 내려와 타병원을 경유하여 본원 응급실에서 제왕절개로 출산하였습니다.

자미는 극소미숙아, 극단적 저체중아,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 진단 하에 인큐베이터 및 산소호흡기 치료를 받아왔으며, 경과 호전되어 수일 전 산소호흡기 제거하고 자가 호흡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100일간의 치료를 받아온 지금, 앞으로도 1개월 정도의 입원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나, 부모 모두 불법 이주노동자로 건강보험이 적용이 되지 않아 현재까지 발생한 치료비만해도 6000여 만 원에 이르는 상황입니다. 엄마는 아직 취업을 할 상황이 아니고, 아빠의 월 소득이 낮아, 고액이 예상되는 자미의 치료비 마련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치료비는 사회사업팀을 통해 한국이주민건강협회, 다솜이 작은숨결 살리기,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채경주와 프렌즈, 한국어린이난치병협회 등의 후원기관들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고, 병원 측의 자선기금과 교직원들의 모금을 통해 지원할 계획입니다. 

엄마 아빠의 어려움을 아는지 자미는 현재 1.8Kg으로 무럭무럭 열심히 자라고 있으며, 처음에는 모유조차 먹을 수 없어 영양제만 맞았는데, 점차 양을 늘려가면서 치료해 온 결과 현재는 엄마가 준비해 온 모유를 300cc 정도 섭취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간헐적으로 컨디션에 따라 무호흡이 발생하기도 하여 금식과 수유를 번갈아 가며 치료를 계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창 엄마, 아빠 품 속에서 사랑을 느껴야 할 때 인큐베이터 안에만 있는 것이 안쓰러워 지난 8월 6일, 자미가 태어난 지 100일을 맞이하여 조촐한 축하자리를 마련했습니다. 100일 옷을 구입하여 예쁘게 입혀주신 신생아 중환아실 간호사 선생님들, 너무 귀여운 모빌을 준비하여 자리를 함께 마련해주신 병원장님과 보직자 분들, 사회사업팀에서 준비한 케이크와 선물, 아기를 출산한 지 100일 만에 아기를 처음 안아보는 설렘으로 웃음이 가득하던 자미의 엄마와 아빠, 또한 자미의 100일 날에는 다른 곳에서도 도움을 주는데 자미를 데리고 있는 신생아실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신생아실과 분만실 간호사들이 함께 소정의 후원금을 기증해주셔서 더욱 훈훈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자미의 부모는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 자신들의 어려운 상황을 잘 표현하지도 못하고, 의사선생님이 자미의 위급한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그래도 정기면회시간인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면 어김없이 자미를 보기 위해 방문하곤 합니다. 선생님이라는 단어도 알지 못해 서툰 한국말로 치료진들에게 “언니,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며 도움을 청하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 자미의 건강으로 열매 맺기를 성가병원 직원 모두 함께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