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C 칼럼] ‘우리의 것’이라는 주인의식이 절실할 때

백성길(의대 8회)
가톨릭의대 동창회장

가톨릭대 의대의 비전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웅대한 모습과 함께 차근차근 실현돼 가는 것을 지켜보며 동문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한 마음 금할 수가 없습니다.

한동안 중단됐던 모 대학교와의 통합문제가 다시 거론되는 것을 보며 우리 학교가 최상위 대학으로 진입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포스텍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연구과제들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어 원내외 동문 모두가 우리 학교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구성원이 늘어나고 몸집이 커짐에 따라 그동안 깊이 고민해오지 않았던 문제들이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바가 있습니다. 원외에서 학교를 지켜보며 애태우는 동문의 입장에서 이런 점에 관해 문제 제기하는 것이 가톨릭대 의대의 빛나는 미래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합니다.

우선 우리 동문의 자랑이자 자존심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의 건립기금 모금을 지켜보며 느낀 점에 관한 것입니다. 그동안 동문들로부터 모금된 액수는 현재 22억원으로, 기대했던 목표액 76억원의 29%에 그쳐 동문의 한 사람으로서 심히 부끄러움을 금치 못하는 바입니다. 지금 사회 각 분야에서는 수많은 선후배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우리 학교 동문의 후원이 매우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주인의식의 부족함이 아닐까합니다. ‘우리’라는 한 가족으로서 느끼는 끈끈함이 부족하다는 인식과, 우리를 특징짓는 가톨릭대 의대인 특유의 정체성이 애매하다는 인식은 대부분의 동문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가톨릭대 의대가 우리의 과거이자 현재인 ‘우리의 것’이라는 주인 인식이 부족하므로 참여의식도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주인의식은 구성원 모두가 바로 자기 자신이 학교와 병원의 미래를 걸머지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모두가 내 병원 내 집같이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강한 유대감으로 뭉쳐진 집단의 힘이 발휘될 것입니다. 그런 인식을 키우기 위해서는 중요 사항이 결정되는 과정은 구성원들이 많은 의견을 교류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공론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공론화 과정을 거친 의사결정은 구성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외 동문들은 단순히 가톨릭대 의대 출신만이 아닙니다. 멀리서나마 항상 모교를 지켜보고 있고, 어디에 있건 ‘가톨릭’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귀가 번쩍 뜨이는, 말 그대로 ‘가톨릭 맨’들입니다. 원외동문들은 모교와 항상 연결돼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 하고 모교가 동문을 배려하고 있다고 믿고자 합니다. 여러 가지 활동으로 바쁜 동문일지라도 모교의 일이라면 진료가 끝난 늦은 밤이라도 꼭 찾아보고 싶은 이유는 어린 아이가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하듯 우리 모두를 사회의 커다란 일꾼으로 성장시킨 모교를 그리워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원외 동문들이 학교와 병원의 일에 작으나마 임무를 맡을 수 있다면 ‘우리’라는 유대관계는 더욱 견고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참여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재단활동에 동문이 참여하는 것, 보직자 임명 등의 중대 사안에서 동창회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학교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가톨릭대학교는 성의, 성심, 성신의 3개 교정으로 이뤄져 있으나, 세 교정 사이의 상호작용은 기대했던 바와는 달리 그리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그중 하나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가톨릭대학교의 총장이 항상 성심교정에 있다는 점입니다. 연세대학교의 예를 들면 역대 연대 총장은 의대를 포함하는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선출돼왔습니다. 특히 의과대학 출신의 경우, 현재 16대 총장인 김한중 교수까지 무려 5대에 달해, 인문사회과학분야, 자연과학 분야, 그리고 의료분야가 번갈아 가면서 총장직을 수행해 제반 분야의 고른 발전을 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우리 학교도 성의, 성심, 성신 세 교정이 고루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 교정에서 골고루 총장 임무를 맡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번 두 차례에 걸쳐 서강대학교 손병두 총장과 포스텍 백성기 총장의 의료경영 포럼을 접한 바 있습니다. 두 분 모두 대학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는데, 강연에서 강조했던 것은 ‘사람’, 즉 구성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교수들의 열정과 능력이 학교의 가치와 명예를 결정한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들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밀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 당국의 지원과 구성원, 그중에서도 특히 교수들의 능력이 어우러질 때 그 학교는 최고의 대학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학교도 이 두 가지가 최상의 하모니를 이뤄 지금 꿈꾸는 원대한 미래가 실현되기를 기대하는 바입니다.

끝으로 가톨릭대 의대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성원해주시는 모든 분들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