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성모 호스피스센터 김희섭 자원봉사자, 포상금 후원

‘2008 국가암관리사업 이용자 수기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지난 3일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희섭(발렌티나) 씨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건립기금으로 100만원을 전달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주관하고 국가암정보센터가 주최한‘2008 국가암관리사업 이용자 수기 공모전’에 참가해 ‘눈물로 부른 어머니의 노래’라는 수기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희섭 봉사자는 상금 100만원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건립기 금으로 기부했다.

3회째를 맞는 이번 수기공모전은 국가암조기검진사업, 암환자 의료비지원사업, 재가암환자지원사업, 호스피스 완화의료사업 등으로 도움을 받았거나 자신의 경험을 공유(환자 및 가족 등)하고픈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 9월부터 약 7주 동안 진행됐다.

김희섭 봉사자는“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 곁에서 손을 잡으며 봉사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CMC에 감사드린다”며, 특히 호스피스센터 최상옥 요한데레사 수녀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아울러 매 순간순간의 짧은 감동을 선사해 주시고 이러한 의미 깊은 공모전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 준 기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전했다.

한편, 1988년 10병상의 호스피스병동으로 시작된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는 삶의 마지막 여생을 보내는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함께하고 신체적, 정서적, 영적 편안함을 도우며 의료진과 사회복지사, 사목자, 자원봉사자 등의 전문화된 의료 서비스와 끊임없는 연구로 국내 호스피스의 역사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08 국가암관리사업 이용자 수기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

 

눈물로 부른 어머니의 노래

김희섭 봉사자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

 

한 해의 수레바퀴는 12달에 담겨진 날들 위에 시간들을 거의 다 굴려서 그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살갗으로 스며드는 찬바람은 극심한 통증으로 힘들어하는 딸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에 겨울의 차가음을 더 얹어 슬픔을 한껏 토해 내 버릴 수도 없는 고통으로 내려앉았다. 딸 앞에서는 담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병실 복도 한 귀퉁이에서, 화장실에서, 숨죽여 울면서 얼마나 살리려고 노력했는데 행여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랄 겨를도 없이 허망하고 허탈하게 벼랑 끝으로 내몰려졌다는 그 어머니의 푸념 속 아픔은 시간이 흐를수록 농도가 짙어져만 갔다. 한창 풋풋한 싱그러움만으로도 아름다울 스물 일곱 나이, 꿈을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한 채 죽음을 염두에 두어야 하다니… 긴 한숨을 토해내며 하루하루 이어지는 어머니의 이야기는 호스피스 병동을 오고 간 6개월이라는 힘든 시간 위에 조각조각 포개어졌다. 잔뜩 찌푸린 바깥 날씨가 커다란 창문 안으로 스며 들어왔다. 진통제를 맞고 약 기운 때문인지 종일 잠을 자고 있다는 딸의 얼굴을 바라보던 어머니가 중얼거리듯 한 마디씩 한다.

"올해도 사흘 밖에 남지 않았군요. 가는 해를 잡을 수 없듯이 우리 딸도 내 곁에 잡아둘 수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다니, 가슴이 막혀올 듯 답답해서 견디기가 어렵네요."
어머니는 그 아픔을 주체하기가 어려운 듯 흐느껴 울었다. 나는 소리 내어 울 수조차 없는 어머니의 마음을 감싸 안으려는 듯 들먹이는 어깨를 감싸 안았다. 나는 그렇게 삶과 죽음이 함께 하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어머니와 딸을 만났다. 엊그제에 사나흘을 더 얹었을 뿐인데 어느새 새해가 되어있었다. 나는 그 날도 병실에 들어서면서 환자와 가족이 나를 향해 말하지 않고 나와 더불어 말해주기를 바랬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겨울바람이 넘나드는 밖을 내다보며 어머니와 나란히 서서…

딸은 대학을 졸업한 후에 실내 디자인 공부를 더 하려고 외국으로 유학을 갔었다고 한다. 유학생활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있는 여유를 부려 본 일이 없었다고 했다. 끼니조차 챙겨먹지 못했다고 하니 그 유학생활의 어려움이 짐작이 갔다. 그렇게 2년을 보냈는데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한 배의 통증이 언젠가부터 참을 수 없이 아파 와 귀국을 해서 찾아간 병원에서는 차마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고 했다.

대장에서 시작된 암이 발병한지 일년 반 동안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힘겨운 수술을 세 번이나 하고 항암 치료를 받았는데도 그 사이에도 전이가 되어 간, 위, 폐, 뼈까지 암세포들이 속속들이 파고 들어서 두려움에 몸서리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항암 치료를 받는 일조차도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 고통이 어찌나 심했던지 딸이 항암 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 병동에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는 가족 모두가 엉엉 울었다고 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던 딸이 나를 향해 웃으며 "아줌마, 지난 주에는 친구들과 태국 여행을 가서 참 재미있게 놀다 왔어요. 그리고 얼마 전에는 장루를 차고도 친구들이랑 일본 여행을 세 번이나 다녀왔구요." 행복했던 그 시간들을 오래 간직하려는 듯 딸은 지그시 눈을 감는다. 딸은 자신의 죽음이 멀지 않았다는 그 기막힌 사실을 받아들이고 남아있는 시간들을 의미있게 사용하고 싶었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내가 병동에 들렀을 때는 통증 조절이 잘되면 퇴원을 해서 가족들과 친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라고 했던 딸은 퇴원을 해서 병실에 없었다. 나는 다음 만남이 긴 시간 뒤에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통증에 시달리지 않으면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질 테니까. 그러나 나는 사흘 밖에 지나지 않아서 모녀를 다시 만났다. 통증이 심해서 재입원을 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딸아이가 조금 먹은 것마저 다 토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밖은 한 겨울의 추위가 매섭다. 통증이 조절이 되면 퇴원을 해서 집에서 보내다가, 통증이 심해지면 재입원을 하기를 다섯 번째. 그렇게 매섭던 추위도 어느 사이 겨울의 긴 터널을 조금씩 벗어나 힘을 잃어갈 무렵, 병실 창문 밖으로는 흰 눈이 띄엄띄엄 날리고 있었다. 그날따라 딸은 마음을 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아줌마, 저는 빨리 나아서 못다한 학업을 마치고도 싶었어요. 진통제를 맞지 않으면 꼼짝도 하지 못하고 심한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희망을 꺾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눈이 감기는 듯 하더니 볼 옆으로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치명적인 질병에 걸린 지금의 상황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고 담담히 말하던 모습 뒤에 숨겨 두었던 아픔을 주체할 수 없었던지 딸이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으며 숨죽여